[특허]AI가 특허명세서를 대신 써줄 수 있을까?

박상범 변리사
2026-08-30
조회수 370



AI가 특허명세서를 대신 써줄 수 있을까?

잘 쓴 글과 좋은 명세서는 다릅니다


요즘 상담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AI한테 시켜 봤더니 명세서를 꽤 그럴듯하게 써 주던데, 이제 변리사 없이도 출원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저 역시 업무에 AI를 매일 활용하고 있고, 그 성능에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네, 그런데요"로 시작합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그 '그런데' 뒤에 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1. AI는 명세서도 잘 씁니다


먼저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발명을 몇 줄 적어 주고 명세서 형식으로 써 달라고 하면, AI는 몇 분 만에 기술분야, 배경기술, 해결하려는 과제, 과제의 해결 수단, 발명의 효과, 구체적인 실시예, 그리고 청구항까지 갖춘 문서를 만들어 냅니다. 

문장은 매끄럽고, 용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며, 실시예도 그럴듯하게 붙어 있습니다. 배경기술만 놓고 보면 웬만한 초보 실무자보다 낫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특히 기술을 '설명'하는 능력은 훌륭합니다. 

발명자가 두서없이 말한 내용을 논리적인 순서로 재배열하고, 빠진 설명을 보완하고 정리해 줍니다. 

이 발명이 무엇이고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서술하는 부분만 놓고 보면, AI의 결과물은 충분히 '잘 쓴 글'입니다. 이 점을 부정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일입니다.


2. 그런데, 잘 쓴 글과 좋은 명세서는 다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특허명세서는 기술을 설명하는 문서이기 이전에 권리를 정의하는 법률 문서입니다. 

명세서의 가치는 얼마나 읽기 좋은가가 아니라, 청구항이 어떤 범위의 권리를 확보하는가, 그리고 그 권리가 심사와 분쟁에서 살아남는가로 결정됩니다.


잘 쓴 글은 내 기술에 대한 설명을 잘하고, 기술이 훌륭하다고 설명하는 보고서입니다. 

좋은 명세서는 경쟁사가 이렇게 우회해도 여전히 내 특허권에 걸린다는 것을 미리 계산해 둔 설계도입니다.


같은 발명을 두고도 어떤 명세서는 등록 후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막아 세우고, 어떤 명세서는 등록은 되었지만 조금만 바꾸면 피해 갈 수 있는 종이 위의 권리로 남습니다. 그 차이는 문장력이 아니라 설계에서 나옵니다.

실제로 AI가 작성한 명세서를 검토해 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습니다. 

발명자가 말한 내용을 빠짐없이 청구항에 담는다는 점입니다. 언뜻 성실해 보이지만 특허에서는 이것이 치명적입니다. 청구항에 구성이 하나 추가될 때마다 권리범위는 그만큼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발명자가 설명한 시제품의 세부 사양까지 그대로 청구항에 들어가면, 경쟁사는 그 사양 하나만 바꾸고 유유히 시장에 들어옵니다.


3. AI는 발명의 핵심을 판단하지 못하고, 권리범위를 설계하지 못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지금의 AI가 하지 못하는 일이 두 가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AI는 발명의 '핵심'이 무엇인지 판단하지 못합니다. 

발명자가 열 가지를 설명하면 AI는 열 가지를 모두 똑같이 중요하게 다룹니다. 

그러나 실제 발명의 가치는 대개 그중 한두 가지에 있고, 나머지는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부수적인 선택에 불과합니다.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부수적인지 가려내는 일은 선행기술을 조사하고, 그 기술 분야에서 무엇이 이미 알려져 있고 무엇이 새로운지를 비교한 뒤에야 가능합니다. 이 판단은 발명자 본인도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리사의 첫 번째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발명자와 대화하고, 선행기술과 대조하며, "이 발명에서 정말 새로운 것은 이것입니다"라고 짚어 내는 일입니다.


둘째, AI는 권리범위를 '설계'하지 못합니다. 

핵심을 찾았다면 그다음은 그 핵심을 어느 수준의 언어로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너무 넓게 쓰면 선행기술에 걸려 거절되고, 너무 좁게 쓰면 등록은 되어도 쓸모가 없습니다. 좋은 청구항은 그 경계선 바로 안쪽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경계선은 문서 안에 있지 않습니다. 해당 기술 분야의 심사 경향과 판례, 경쟁사의 제품 동향, 그리고 이 기업이 앞으로 어디로 사업을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를 동반한 변리사의 판단 속에 있습니다. 

독립항을 얼마나 넓게 잡을지, 종속항에는 어떤 실시예를 한정할지, 거절이유가 나왔을 때 보정에 쓸 수 있는 구성을 명세서 본문 어디에 미리 심어 둘지 등 이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전략이며, 지금의 AI에게 이 전략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4. 그래서 잘 쓴 글이 곧바로 좋은 명세서가 되지는 않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AI는 기술을 설명하는 글을 잘 씁니다. 그러나 명세서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 즉 무엇을 권리로 주장할 것이고 어디까지 주장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명세서의 가치는 대부분 바로 그 판단에서 나옵니다. 설명이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청구항이 잘못 설계된 명세서는, 잘 지은 집에 자물쇠를 달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AI가 만든 명세서를 가져오시는 분들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이 문서는 훌륭한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출원하시면 안 됩니다." 

AI의 결과물은 변리사가 발명을 빠르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실제로 저희도 초안의 검토 과정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다만 그것은 도구로서이지, 설계자로서가 아닙니다.



5. 그렇다면 좋은 명세서란 무엇인가


AI로 명세서 초안을 만들어 보셨거나 앞으로 만들어 보실 예정이라면, 그 결과물을 다음 세 가지 기준으로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선행기술과의 차별점이 청구항에 드러나 있는가. 좋은 명세서는 “이 발명은 기존 기술과 바로 여기가 다르다”는 지점을 명확히 짚고, 그 차이가 단순한 변경이 아니라 진보성을 갖춘 기술적 도약임을 명세서 전체가 뒷받침합니다. 선행기술을 조사하지 않고 쓴 명세서는 이 지점을 알 수 없으므로 차별점을 강조할 수도 없습니다. AI가 쓴 명세서의 배경기술이 늘 일반론에 머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둘째, 불필요한 구성의 한정을 자제했는가. 독립항에 발명의 핵심과 무관한 구성이 들어가 있다면, 그것은 모두 권리범위를 스스로 좁힌 것입니다. “시제품에서는 알루미늄을 썼다”는 이유로 청구항에 알루미늄이 들어가면, 스테인리스를 쓴 경쟁 제품은 침해가 아닙니다. 좋은 명세서는 핵심 구성만으로 독립항을 세우고, 세부 사항은 종속항과 실시예로 내려보냅니다.


셋째, 권리범위가 넓은 청구항을 포함하고 있는가. 등록이 아니라 활용이 목표라면, 청구항은 경쟁사가 취할 수 있는 우회 설계까지 포섭할 수 있도록 넓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그 넓은 청구항이 거절되었을 때를 대비한 후퇴선이 종속항에 층층이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 구조를 갖추려면 발명 자체뿐 아니라 시장과 경쟁사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이 세 가지 기준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명세서는 등록을 위한 문서인가, 사업을 지키기 위한 문서인가."
좋은 명세서는 언제나 후자입니다. 그리고 후자를 만드는 일은 기술을 이해하고, 법을 알고, 시장을 읽는 사람, 즉 좋은 변리사의 손에서 나옵니다.



핵심 기술이 있다면, 주저하지 마십시오


AI 시대에 변리사의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누구나 그럴듯한 명세서를 만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럴듯한 명세서와 좋은 명세서의 차이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업이 정말 핵심이 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그 기술의 권리를 AI가 써 준 초안에 맡기지 마십시오. 

주저하지 말고 변리사에게 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명세서는 한 번 출원되면 되돌릴 수 없고, 그 한 장의 설계가 앞으로 20년 동안 기업의 기술을 지키는 울타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 문의는 레이블로 연락 주세요


레이블 특허법률사무소는 AI를 실무에 적극 활용하되, 발명의 핵심을 짚어 내고 권리범위를 설계하는 일은 대표변리사가 직접 맡습니다. 

AI로 만든 초안이 있으시다면 그대로 가져오셔도 좋습니다.


박상범 대표변리사

이메일: psb@rableip.com

전화번호: 02-6224-9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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