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국경을 넘는 브랜드는 무엇을 먼저 준비해야 할까

배지호 변리사
2026-08-31
조회수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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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진출을 준비하는 스타트업의 IP 고민, 그 첫 번째 이야기


지난 금요일, ‘2026 여성벤처기업 글로벌화 지원사업’ 교육·네트워킹 현장에 다녀왔다.


글로벌 시장을 준비하고 있는 여러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의 사업도, 제품도, 진출을 준비하는 국가도 모두 달랐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묘하게 반복되는 질문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은 역시 ‘상표’에 관한 질문이었다.


“미국과 중국, 일본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상표를 각각 출원해야 하나요?”


“마드리드 국제출원으로 하는 것이 더 저렴하지 않나요?”


“지금 몇 나라만 먼저 출원하고, 나중에 다른 국가를 추가할 수도 있나요?”


사업이 국내에 머물러 있을 때는 상표가 그저 브랜드의 이름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국경을 넘는 것은 제품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랜드 역시 제품보다 먼저 국경을 넘어야 할 때가 있다.


제품을 먼저 보낼까, 상표를 먼저 보낼까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진출 예정 국가에서 브랜드에 대한 상표권을 확보해 두는 것은 기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IP에는 특허도 있고, 디자인도 있고, 영업비밀도 있다.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상표는 기업이 투입하는 비용에 비해 상당히 큰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한다.


특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을 정리하고, 발명을 발굴하고, 명세서를 작성하고, 심사를 거치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


반면 상표는 상대적으로 작은 비용으로 기업이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브랜드를 보호할 수 있다. 그리고 등록된 상표는 일정한 요건 아래 계속 갱신하며 사용할 수도 있다.


사업이 성공할수록 브랜드의 가치는 커진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상표 문제는 사업이 잘되기 시작했을 때 더 크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아직 매출이 크지 않을 때는 누구도 내 브랜드를 탐내지 않는다. 하지만 해외 플랫폼에서 판매량이 올라가고, 현지 소비자들에게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때 누군가가 이미 같은 이름이나 비슷한 이름으로 상표를 확보하고 있다면 어떨까.


제품은 이미 시장에 들어가 있는데 정작 자신의 브랜드를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과 상담할 때면 나는 종종 생각한다.


해외 시장에 제품을 보내기 전에, 브랜드가 그 시장에서 살아남을 자리를 먼저 만들어 두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개별국 출원일까, 마드리드 국제출원일까


여기에서 두 번째 고민이 시작된다.


여러 나라에 상표를 확보하려면 각 국가에 직접 출원하는 ‘개별국 출원’을 할 수도 있고, 마드리드 국제상표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다.


어느 것이 더 좋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무조건 마드리드 출원이 좋지도 않고, 무조건 개별국 출원이 좋지도 않다.


결국 기업이 앞으로 어느 국가까지 진출할 것인지, 몇 개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지, 어떤 상품과 서비스를 보호해야 하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여러 국가에 동시에 진출할 계획이라면 마드리드 국제출원은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각 국가마다 처음부터 현지 대리인을 선임해 출원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국가가 많아질수록 비용과 관리 측면에서 장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업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국가에 진출하게 된다면 기존 국제등록을 기초로 추가 국가를 지정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사업 확장 속도에 맞춰 상표 보호지역도 함께 넓혀갈 수 있다는 점에서 꽤 유용한 제도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국제출원을 했는데 왜 해외 변리사를 또 선임해야 할까


마드리드 출원을 하면 현지 대리인을 전혀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별다른 거절이유 없이 등록된다면 현지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절차가 마무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정상품이나 서비스의 표현이 해당 국가의 심사기준에 맞지 않거나, 선등록 상표와 충돌하는 등의 거절이유가 발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그 국가의 대리인을 선임해서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당초에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마드리드 국제출원을 선택했는데,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거절이유가 발생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현지 대리인 비용이 발생하는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마드리드 출원을 진행할 때 처음 지정상품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한국 출원의 지정상품을 번역해서 넣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가 있다.


앞으로 어느 나라를 지정할 가능성이 있는지, 각 국가에서 문제가 될 만한 표현은 무엇인지, 기업이 실제로 보호해야 하는 사업영역은 어디까지인지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출원서를 작성하는 순간에는 단어 몇 개의 차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차이가 몇 개월 뒤에는 현지 대리인을 선임해야 하는 문제로 돌아올 수도 있다.


나라가 적다면 오히려 단순한 길이 나을 수도 있다


반대로 진출국가가 한두 곳이라면 이야기가 또 달라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드리드 국제출원보다 처음부터 해당 국가에 개별국 출원을 하는 편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현지 실무를 잘 아는 대리인과 지정상품이나 등록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출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제도가 더 우수한지를 고르는 것이 아니다.


우리 회사의 해외 진출 계획에 어떤 방법이 더 맞는지를 찾는 것이다.


미국 한 국가에 먼저 진출하는 회사와 올해 미국·중국·일본·유럽에 동시에 진출하고 내년에 동남아 시장까지 계획하고 있는 회사의 상표 전략이 같을 수는 없다.


IP 전략은 결국 사업 전략을 따라가야 한다.


행사장에서 여러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가지가 인상적이었다.


대표님들은 이미 굉장히 많은 것을 동시에 고민하고 있었다.


제품을 개발해야 하고, 투자를 받아야 하고, 해외 바이어를 만나야 하고, 인증을 받아야 하고, 매출도 만들어야 한다.


그 와중에 어느 나라에 어떤 방식으로 상표를 출원해야 하는지까지 대표가 모두 알고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대표가 IP 제도를 모두 공부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신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면 충분하다.


“우리 회사가 앞으로 가려고 하는 시장을 생각했을 때, 지금 무엇을 먼저 준비해야 할까요?”


그 질문을 사업계획과 함께 놓고 보면 의외로 답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상표를 출원한 뒤에는 또 다른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해외에 상표를 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유사상표가 발견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중국처럼 우리와 상표 유사 판단의 실무가 상당히 다른 시장에서는 단순히 “거절됐으니 다른 이름을 쓰자”는 결론만이 답은 아닐 수도 있다.


지난 금요일 현장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들도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됐다.


출원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문제가 생긴 뒤 어떤 선택을 하느냐이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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